트럼프 “종교기관 정치활동 허용”

입력 2017-02-03 18: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회 등 종교기관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헌법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존슨 수정헌법 조항을 완전히 제거해 신념의 대리인들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존슨 수정헌법 조항은 1954년 제정된 것으로 종교기관이 정치적 발언이나 활동을 할 경우 면세혜택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수정을 제안한 린든 존슨 당시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이 조항은 정치와 종교의 엄격한 분리를 규정하는 헌법정신을 강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당시에는 아무런 논란 없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이 조항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존슨 수정헌법 조항 폐지는 트럼프를 지지한 보수 기독교 단체에 큰 승리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정헌법 조항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폐기할 수 없으며,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만약 폐기될 경우 교회나 목회자들은 정치적 발언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특정 후보를 위해 정치자금도 기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면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파라이소대학의 데이비드 허지그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정치적 활동이 허용되면 교회나 절 등 종교기관이 슈퍼팩(무제한 정치자금 후원회)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자유를 위한 침례교합동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교회를 정치화하는 것은 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교회가 선거에 개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교회의 당파적 분열을 초래하고 안식을 제공하는 교회의 능력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교회의 정치 참여에 대한 일반 여론 역시 부정적이다. 2015년 기독교계 여론조사기관인 라이프웨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79%는 목사가 설교 중에 특정 정치인 또는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특정인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가게 직원이 종교 신념에 반한다며 타 종교나 동성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진보성향의 단체들은 ‘차별 허용법’이라며 반발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여러 가지 구상이 있지만 아직 대통령의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