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의 모든 공무원이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기로 했다. 다음 주 사흘간 관내 영화관에서 직원 교육의 일환으로 이 영화를 관람한다. 도봉구 관계자는 “복지정책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공무원이 그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민원인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갖기에 이보다 좋은 교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심장병 때문에 일을 못하게 된 59세 목수 다니엘이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관공서에 드나들며 복잡한 규정과 절차에 부닥쳐 고전하는 모습을 그렸다. 인터넷 신청서를 비롯해 관료주의가 첩첩이 쌓아놓은 복지의 장벽은 다니엘의 입에서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란 외침이 터져 나오게 한다. 복지정책의 목적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도록 해주는 것인데, 거꾸로 선량한 시민의 자존심을 할퀴고 있는 모순을 이 영화는 고발했다. 켄 로치 감독은 “가난은 당신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우리의 잔인함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인 복지정책이 운영자를 위한 효율성에 치중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송파 세 모녀’ 등을 통해 관료주의가 초래한 복지 사각지대에서 좌절하는 이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서비스는 그 대상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럴듯한 제도만 갖춰놓고 이용자를 기다리는 책상머리 복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서울시의 ‘찾아가는 주민센터’ 제도를 도봉구는 모든 동에 적용했다. 65세 되는 노인, 20주를 넘긴 임신부, 기초생활수급자 및 취약계층 가정을 복지플래너가 찾아다니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영화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인천 부평구와 경기일자리재단도 단체 관람했다고 한다. 더 많은 일선 공무원이, 정책을 수립하는 모든 고위 공무원이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 좋겠다.
[사설] ‘나, 다니엘 블레이크’ 보러 가는 도봉구 공무원들
입력 2017-02-03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