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은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며 전범국 일본의 무릎을 꿇게 했다. 지금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다. ‘인류의 종말이 온다면 핵전쟁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가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핵클럽 국가들은 핵확산방지 또는 감축을 주창하면서도 최후수단으로 핵을 남겨두고 있다. 핵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핵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분명 모순이다. 힘의 논리가 이 모순을 용인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일 ‘핵전쟁 지휘부’ E-4B 나이트워치를 타고 서울을 찾았다. 대통령과 국무장관, 합참의장이 탑승하기 때문에 ‘하늘의 펜타곤’으로 불린다. 에어포스원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에서도 전쟁 지휘가 가능하지만 E-4B는 핵전쟁 지휘에 최적화된 구조와 기능을 갖추고 있다. E-4B의 기본은 B747-200 보잉사의 민항기다. 원래 EC-135가 핵전쟁 공중지휘부 역할을 했는데 미국은 1973년 전진공중지휘본부를 창설한 후 B747-200을 개조해 E-4B를 제작했으며, E-4B 공중급유를 통해 72시간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E-4B는 직접적인 살상 수단은 아니지만 핵전쟁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력으로 꼽힌다. ‘심판의 날 비행기(Doomsday Plane)’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독재자와 핵의 만남은 최악의 조합이다.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히틀러가 핵 개발에 성공했다면 인류에게 21세기는 보장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는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는데 성공했더라면 핵무기를 동원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지구는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근거한다.
미 국방부는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한 E-4B 나이트워치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허튼짓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대북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대북 선제타격 및 정권교체 주장에 이은 일종의 ‘위력(威力)시위’인데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할까?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한다면 핵무기가 원인이 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한반도는 과연 안전지대인가?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한마당-박현동] E-4B와 김정은
입력 2017-02-03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