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집에서 감람산으로

입력 2017-02-04 00:05

“다 각각 집으로 돌아가고 예수는 감람산으로 가시니라.”(요 7:53∼8:1)

짧고 인상적이며, 의미심장한 대조입니다.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 중에는 예수님을 잡아 넘기려 한 자들과 더불어 예수님의 출생을 빌미로 예수는 그리스도일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말씀과 행적을 볼 때 구약에서 예언된 바로 그 선지자이거나 그리스도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 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친화적이었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었건 모두가 다 자기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집과 감람산이 대조를 이루는 건 그들의 ‘귀가(歸家)’가 단지 집에 가서 발 씻고 잠을 자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입장과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돌아갈 곳은 자기들의 집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 우리의 생각을 좀 더 머무르게 합니다. 왜냐하면 만일 예수가 그리스도(구세주)일 수 있다고 그들이 생각했다면 결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수고대하던 구원자가 나타났는데, 어떻게 집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집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집은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내 욕망대로 마음껏 행해도 아무 상관없는,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인 자리입니다. 그것을 좀 더 과격하게 말한다면 집은 일종의 ‘자기중심성 중독’의 상징이며, 자기 주도성이 거의 온전하게 보존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집에 대해 ‘홈 스위트 홈(가장 달콤한 집)’ 같은 신화를 만들어 그것을 보장받는 일을 매우 자연스럽게 확보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집은 자기중심성이 포기된, 그러나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아버지 집뿐입니다. 따라서 만일 아버지 집으로 가는 건 부담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반면 우리들의 집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확신이 들고 있다면 우리는 함정에 걸려든 것입니다.

만일 아버지 집으로 향하는 것을 두렵게 여기게 할 만큼 우리들의 집이 자기중심성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 역시 함정에 빠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감람산으로 가셨습니다. 감람산은 자기중심성이 발휘될 수 없는 곳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오직 아버지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는 공간입니다.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막 14:3) 아버지의 집은 내 뜻대로 하는 모든 것이 중지되고 아버지의 뜻 안으로 온전히 들어가는 장소입니다. 다시 말해 감람산은 아버지의 집으로 진입하는 공간입니다. 이에 따라 결국 예수님은 바로 이 곳 감람산에서 아버지의 집으로 영원히 들어가셨습니다(승천).

그리스도인으로 고백하는 우리들 역시 날마다 향할 곳은 자기 집이 아니라 감람산이어야 합니다. 그 때 우리는 거기가 어느 곳이 되든지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기에 가장 합당한 예배의 처소가 돼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갑신 목사 (화성 예수향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