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영국 정부는 백서를 통해 ‘하드(hard) 브렉시트’ 방침을 공식 확인했고, 하원은 EU 탈퇴 의사를 통보하는 권한을 테레사 메이 총리에게 부여하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담당장관은 2일(현지시간) 구체적인 브렉시트 협상 계획을 담은 백서를 공개했다. ‘영국의 EU 탈퇴와 새로운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백서는 메이 총리가 기존에 밝힌 바와 같이 국경 통제와 이민 제한, 유럽사법재판소(ECJ)로부터의 사법권 확보, 세계 주요국·경제블록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12가지 협상 원칙을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백서를 통해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 탈퇴 등 하드 브렉시트 방침을 거듭 나타냈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17일 EU와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면서 하드 브렉시트 입장을 처음 밝혔다. 메이 총리는 “부분적인 회원이나 준회원 자격으로 반은 머물고 반은 떠나는(half-on, half-out)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목표로 하는 영국 정부는 속도를 냈다. 전날 하원은 EU 탈퇴 통보 권한을 총리에게 부여한 ‘브렉시트 법안’을 찬성 498표, 반대 114표로 가결시켰다. 여당인 보수당은 물론 제1야당 노동당 의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다음 주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심의와 수정을 거친다. 오는 8일 다시 하원 전체 표결에 부쳐지고 20일 상원에 회부돼 통과되면 메이가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하려면 반드시 상·하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영국 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법안 승인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뒤 늦어도 같은 달 31일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할 계획이다. EU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2년에 걸친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된다.
하드 브렉시트 방침을 재확인한 영국 앞에 험난한 탈퇴 협상이 예고됐다. 그간 EU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g·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먹는 얌체 행위)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역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관세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고 영국에 경고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英 ‘하드 브렉시트’ 로드맵 담은 백서 발간
입력 2017-02-03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