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빅텐트’ 변수가 제거되면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광폭 행보에 나섰다.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국 투어에 돌입했다. 주가가 급상승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당내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출사표를 던졌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국회에서 성과연봉제 폐지 협약식을 열고 박근혜정권에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창당 1주년을 맞아 선두권 도약을 다짐했다.
여권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여전히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대선 주자 못지않은 광폭 행보를 선보이는 중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대선 출마와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에 미소만 지었다.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지만,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 요구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을 따로 만나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황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기 위해 국회에 들렀다가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과 맞닥뜨렸다. ‘대선 주자로 이름이 거론된다’ ‘대선 출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이 잇따랐지만 황 권한대행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설에 대해서만 “업무는 사무실에서 본다”며 부인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황 권한대행의 침묵은 대선 출마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기존 입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새누리당 등의 출마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침묵은 긍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 중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이후 친박계 핵심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독대했다. 홍 의원은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되면 황 권한대행도 출마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국회 대정부 질문 출석 문제를 놓고 목소리를 분명히 하는 등 야권과 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황 권한대행 측은 “갑작스러운 위기상황 발생 시 안보 공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회 출석에 난색을 표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5개 일정을 소화하는 등 대선 주자급 광폭 행보도 이어갔다. 국회 출석 외에도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 주재, 청년위원 간담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 접견 등 강행군을 계속했다.
김현길 권지혜 기자 hgkim@kmib.co.kr
출마? 질문에… 그저 미소만
입력 2017-02-03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