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를 중단하고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1위,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이르면 17일 파산 선고를 받고 창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제6파산부(재판장 김정만 파산수석부장판사)는 2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2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한진해운이 주요 영업을 양도함에 따라 계속기업가치의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인정된다”고 회생절차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2월 최종 실사 보고서에서 한진해운 청산 가치를 1조798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존속 가치는 산정할 수 없다고 했었다.
법원은 이날부터 2주간 항고 기간을 거쳐 이르면 17일 한진해운의 파산을 선고하게 된다. 이후 회사는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은 아주터미널 자회사인 한진퍼시픽과 해외법인, 사옥, 사원아파트, 일부 벌크선 등이다.
한진해운은 이날 자율공시 형식으로 자사가 보유 중인 TTI 지분과 주주 대출금에 대한 매각을 지난 1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역업체인 TTI는 미주 해운 거점인 롱비치터미널과 시애틀터미널 등을 운영하는 한진해운 핵심 자회사다.
지난달에는 SM(삼라마이더스)그룹 소속 SM상선 측이 한진해운 미주·아주 노선 영업망과 관련 자산 등을 인수했다.
한진해운은 1977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했다. 한진해운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세계 10위권 선사로까지 몸집을 키웠지만 업황 악화와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경영난에 빠졌다. 난파 직전 조양호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섰으나 결국 회사를 살리지 못했다.
한진해운이 공중분해 되면서 국내 해운업계 운송 능력은 반 토막이 났다. 국내 컨테이너선은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90여척이 줄어들면서 현대상선(66척)과 SM상선(2척)의 68척만 남게 됐다. SM상선은 2018년까지 21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래도 100척 안팎이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의 운영 컨테이너선은 622척과 484척이나 된다.
현대상선은 1위 국적선사가 됐지만, 2M과 낮은 단계의 제휴를 맺었을 뿐 국제 해운동맹에 정식 가입조차 못 하는 등 한국 해운은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글로벌 해운업체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어 입지는 더욱 위태롭다.
한진해운 파산은 정부와 금융 당국의 정책 실패에도 원인이 있다. 금융논리만 앞세운 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의 골든타임을 놓친 데다 한진해운이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도 자금지원을 거절하고 몰락을 지켜보기만 했다.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전 세계 곳곳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물류대란이 빚어졌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17-02-02 17:53 수정 2017-02-02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