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불려나온 정만기 산업부 1차관 “안종범이 경제사절단에 와이제이콥스 포함 지시”

입력 2017-02-03 05:22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 특혜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2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을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하라며 전화번호를 줬다”는 정만기(58)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의 진술을 확보했다.

와이제이콥스는 ‘비선진료’ 핵심인물인 김영재(57) 원장의 부인 박채윤(48)씨가 운영하는 업체로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정부의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2일 정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안 전 수석이 2015년 4월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때 와이제이콥스 관계자 전화번호를 주며 경제사절단 신청 안내를 해주라고 민원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당시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이었던 정 차관은 안 전 수석이 준 연락처로 전화해 관련 안내를 전달했고, 신생업체 와이제이콥스는 이후 중남비 순방을 포함해 세 차례나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또 정 차관으로부터 와이제이콥스가 의료용 실 연구·개발(R&D) 사업 명목으로 15억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도 안 전 수석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차관은 특검 출석 직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와이제이콥스를 지목해 R&D 관련 민원을 했고 (나는) 산업부로 해당 내용을 이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산업부가 2015년 R&D 지원과제로 3개를 선정했다가 갑자기 성형수술용 봉합사 연구를 추가했다고 지적하며 ‘박 대통령-안 수석-김 비서관-정 비서관’ 라인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었다. 정 차관은 “산업부로 이첩만 했을 뿐 이후 일어진 일들은 모른다”고 했다. 다만 “위에서 전달되는 민원이 많지 않은데 같은 업체에 대한 민원이 두 번이나 내려와 (윗선이) 관심 있어 하는 업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이 박채윤씨에게서 2500만원가량의 현금과 명품가방, 고급 위스키 등을 챙긴 혐의를 잡았다. 특검팀은 최근 안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에서 박씨가 안 전 수석 부인에게 건넨 명품가방 등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과 박씨의 통화 기록도 확보해 분석을 마쳤다. 여기엔 “아이고 선물도 주시고. 와이프한테 점수 많이 땄는데 덕분에”(안 전 수석) “사모님 점수 딸 일이 더 많다”(박씨) 등의 대화가 담겨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박씨를 불러 금품 전달 경위를 집중 추궁했으며, 박씨는 “안 전 수석이 ‘와이프가 가방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등 먼저 금품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뇌물공여 혐의로 박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비선진료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처음이다. 안 전 수석도 국정농단에 부역한 혐의 외에 직무와 관련된 뒷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뇌물 혐의 추가가 불가피하게 됐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