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재일교포 활동가 비방한 日민방 진행자 여론뭇매

입력 2017-02-03 05:00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시위현장을 왜곡 보도하고 반대운동에 가담한 재일교포 인권운동가에게 “한국인이 왜 끼어드느냐”고 빈정거린 TV 프로그램이 일본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지상파 도쿄 지역민방 MX방송이 지난달 2일 방영한 ‘뉴스 여자’다. MX방송은 도쿄신문 관계사로, 이 신문 논설 부(副)주간이 ‘뉴스 여자’ 진행을 맡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화장품업체 DHC의 자회사가 외주 제작했다.

방영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도쿄신문은 2일자 1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신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뉴스 여자’ 방송 내용이 자사 입장과 다르며 부주간이 출연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당시 방영된 ‘뉴스 여자’는 오키나와 다카에 지역의 미군 헬기 이착륙장 건설 반대시위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위대를 두고 “테러리스트 같다”거나 “일당을 받고 고용돼 있다”고 주장했다. “폭력행위로 현지 주민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대파가 구급차를 막았다”는 허위 사실도 전했다.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 반대단체 ‘노리코에넷’을 이끄는 신숙옥(58·사진) 공동대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단체는 다카에 상황을 전하려고 시민특파원을 모집해 교통비로 5만엔(51만원)씩 지급했다. ‘뉴스 여자’ 출연자들은 “뭐든 뜨거워지면 개입하는 직업적인 운동가들이 교통비를 어디서 대는 건가”라고 문제 삼았다. 신 대표가 재일교포 3세인 것을 두고 “한국인이 왜 반대운동에 참여하느냐”고도 말했다.

신 대표는 최근 일본 방송윤리·프로그램 향상기구(BPO)에 ‘뉴스 여자’의 인권침해 심의를 신청했다. 그는 “나와 오키나와인을 반일비국민(反日非國民)으로 지목한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인 쓰다 다이스케(43)씨도 “하나부터 열까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오키나와에 대한 차별 의식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미국에 조차됐다가 반환된 곳이다. 지금도 미군기지가 집중돼 있어 주민들의 반감이 크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