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위원장 강명철 목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와 조국평화통일협의회(조평통·대표회장 진요한 목사)에 공문을 보내 이달 초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담에서는 남북 교회 간 대규모 만남 및 부활절 공동기도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NCCK와 조그련 관계자들은 통상 매년 2월 회담을 갖고, 부활절 공동기도문 작성 등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이번 만남이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해 11월 세계교회협의회(WCC) 주최로 홍콩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조약에 관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 국제협의회’에서 조그련이 한 제안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조그련은 올해 초 평양에서 대규모 통일회의를 갖자는 제안을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목표로 세계교회의 협력을 구한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회의에는 남북을 포함해 11개 국가의 WCC 회원 교단 및 국제 에큐메니컬기구 대표 58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된다면 조그련이 통일회의와 관련해 다시 이야기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NCCK는 회담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조평통은 회담에서 조그련과 ‘남북공동 조국평화통일기원 부활절 감사기도회’에 대한 논의를 할 계획이다. 조평통은 4월 19일 평양 봉수교회에서 기도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 남측 목회자와 찬양단, 언론인 등 100명과 북측 기독교인 200명이 함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회장 진요한 목사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고,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일지라도 교회는 통일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부디 남과 북의 교회가 만나 얼어붙은 남북 지도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녹이는 기도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남북의 경색된 관계와 교류를 제한하는 법, 불안정한 현 시국 탓이다. 통일부는 NCCK 관계자 등이 지난해 초와 중순 중국 선양에서 조그련 지도자들과 실무회의를 가진 것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 2항(남북한 주민접촉)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3월과 7월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접촉한 후라도 신고해야 한다.
또 NCCK와 조그련은 2015년과 지난해에 북한에서 남과 북의 교회가 만나 공동기도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통일부의 불허로 무산됐다. 앞서 2011년 11월과 2014년 8월에는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남북공동기도회가 봉수교회에서 열렸다.
NCCK 화해통일국 부장 노혜민 목사는 “하루빨리 시국이 안정되고, 남과 북의 활발한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올 부활절, 남북교회 하나될 수 있을까
입력 2017-02-03 00:04 수정 2017-02-03 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