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기존 정치권을 ‘우물 안 개구리’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1일 불출마 선언에 이어 연이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낸 것이다. 이념·지역·세대별로 편을 가르려는 진영논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반 전 총장은 2일 서울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보수주의자지만 진보적인 일도 많이 했다”며 “21세기에 보수와 진보를 확연히 구분해 당신은 이쪽에 서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일종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을 한다.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면 얼마나 보겠느냐”며 “정치 지도자들이 내정에만 함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제3지대 빅텐트’ 구상이나 독자 세력화를 위해 접촉했던 주요 인사들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현했다. 그는 “개혁적이고 중립적인 성향의 분들과 힘을 합치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나고 나오면 별로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며 “그분들 생각이 전부 복잡했고, 그런 것들이 잘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 진입에 ‘벽’을 세운 정치권의 편협함도 질타했다. 그는 “정치는 모든 국민에게 다 열려야 한다. 정치꾼에게 맡겨놓으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는 과학이 아니고 어떤 국민이든 참정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정치를 배타적 지역으로 만들어놓고 자기들끼리 한다”며 “이런 건 정치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더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어떤 개별적 잘못이나 흠결을 끄집어내는 데 거의 혈안이 된 듯한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 자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 전 총장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전날 밤 10시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불출마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언론을 통해 반 전 총장 불출마 소식을 접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최근 반 전 총장이 독대 자리에서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 대통합을 위해 ‘합중국(United States)’ 형태의 연립정부를 세우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 전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은 철저하게 지역 안배를 해서 더는 소외당하는 지역이 없도록 해야 하고, 지역 패권주의는 이제 종식돼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며 “USK(United States of Korea)를 꿈꿨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반기문 “정치인들 우물안 개구리 같다”
입력 2017-02-02 18:10 수정 2017-02-0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