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넷은행 오픈 임박… ‘은산분리 규제’ 논쟁 재점화

입력 2017-02-02 18:17

금융업계의 ‘메기’가 될 것인가,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인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개시를 앞두고 ‘은산분리’ 규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다음 달 영업을 시작한다. 카카오뱅크도 같은 달 금융위원회 본인가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핵심 쟁점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 4%)로 제한한 현행 은행법 규정이다. 국회에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 5건이 계류돼 있다.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정치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전해철 의원은 참여연대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규제 완화 찬성 측은 은행의 과점구조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작은 물고기만 있는 어항에 메기를 넣으면 물고기들이 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처럼 과점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란 얘기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신용심사 모형과 중금리 대출, 다양한 이자 혜택 등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입법을 통한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현행 지분 제한은 기업의 투자를 막는다는 것이다. KT는 케이뱅크 지분의 8%,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10%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규제 때문에 추가 증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만 대상으로 하는 특례법을 통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제도적 해법 마련이 늦춰질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를 상실한 또 하나의 은행이 출범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규제 완화 반대 진영에선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규제를 완화하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동양사태 당시 동양그룹이 은행을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유동성 해결에 은행을 동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답할 수 있어야 은산분리 완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혁신에 대한 기대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을 가져올 것처럼 과장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도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례법에 대해서도 완고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례법도 포장만 다를 뿐 은행법 개정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케이뱅크 의결 과정에서 은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케이뱅크가 우리은행 등 다른 주주와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두 회사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우리은행도 산업자본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현행 은행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주 인수 계약서와 주주 간 계약서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정부는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는다고 보고 은행업을 인가했고, 확약서도 받았다”고 답했다.

글=홍석호 조효석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