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인사회 거목 이상철 목사 별세

입력 2017-02-03 00:01

캐나다에서 민주화·인권 운동에 헌신했던 이상철(토론토 한인연합교회 원로·사진) 목사가 지난달 28일 온타리오주 토론토 인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

러시아와 중국, 한국, 캐나다를 오간 그의 삶은 한마디로 나그네 인생이었다. 일제 치하에 있던 1924년 러시아령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난 이 목사는 7세 때 부모를 따라 중국 룽징(龍井)으로 떠났다. 현지에서 캐나다연합교회가 운영하는 은진중학을 다니면서 고 문익환 목사 부친 문재린 목사 교회의 교인이 됐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귀국한 그는 조선신학교(현 한신대)를 졸업하고 53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 목사는 61년 캐나다 밴쿠버 유니언신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잠시 귀국했다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먼드의 연합교회 초청으로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정착했다. 현지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예배를 드렸는데, 밴쿠버 한인연합교회의 출발이었다. 69년 7월 토론토로 건너가 토론토한인연합교회에 정식으로 부임, 89년 9월 은퇴했다.

이 목사는 군사독재 시절인 1960∼8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북미 지역에서 항거했다. 군부독재의 실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등을 해외 언론에 알리고 항의시위 등을 주도했다. 강원용 함석헌 문동환 목사 등이 그의 활동을 지지하며 도왔다.

이 목사는 밴쿠버 한인회 초대회장, 토론토한인인권옹호위원장에 이어 아시아계 최초로 캐나다연합교회를 이끌었다. 또 백인 주류의 토론토 빅토리아대에서 소수민족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챈슬러(명예총장)를 8년 동안 맡아 한인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받았다.

2007년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고, 캐나다 원주민의 인권개선에 앞장선 공로로 원주민들로부터 명예추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신자(87) 여사와 3녀가 있다. 김 여사는 한신대 설립자인 고 김재준 목사의 둘째 딸이다.박재찬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