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즐거운 설 명절 보내셨나요. 모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묻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명절이지만 우리 부부는 이번 설에도 함께 고향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이 먼 탓도 있지만 목회자 남편과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 명절에 같이 고향에 내려간 기억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습니다. 남편이 바쁜 탓에 혼자 어른들을 찾아뵐 때면 아들과 사위를 보지 못하는 부모님의 서운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농담을 섞어 “시댁에 안가서 좋겠다”고 얘기하지만 부부가 함께 못 가서 아쉬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설처럼 주일이 낀 명절은 교역자 부부에겐 더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 금요일에는 금요철야 예배가 있고, 토요일에는 주일 예배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또 주일에는 다수 성도들이 고향으로 떠난, 썰렁한 예배당을 지켰습니다. 그것도 목회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명절에도 오고가는 성도가 있는 중·대형 교회 사모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개척교회 K사모는 “몇 명 있는 성도들이 고향에 가고 나면 우리 가족만 남아있다는 생각과 비어 있는 교회가 더욱 썰렁함을 느끼게 한다”며 “이런 날은 ‘성도도 없는데 하루쯤은 그냥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회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사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검색하다 “교회를 개척한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들이 쓸쓸한 명절을 보낼 게 걱정된 부모님이 명절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고향에서 올라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 헤아릴 수 없는 부모님의 사랑에 펑펑 눈물을 쏟았다”는 사연을 읽고선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반면 H사모는 담임목사님 배려로 “명절 전에 여유 있게 남편과 함께 고향에 다녀왔다”고 밝혀 다른 사모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H사모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추석 전후로 부교역자 부부들에게 명절 휴가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부교역자를 생각하는 담임목사님과 교회의 배려가 부러움을 넘어 퍽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남편이 전도사였던 시절엔 함께 고향에 내려가곤 했었는데 목사가 된 뒤로는 함께 명절을 보내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선배 사모가 “담임 목회를 하게 되면 부모님을 더욱 찾아뵙기 어렵다”며 “부교역자 시절에 부모님을 가능한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라”고 조언해주던 얘기가 떠오릅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목사 아들 혹은 사위를 뒀으니…’라며 처지를 이해해 주시지만 썰렁한 명절을 맞게 되는 어른들을 생각하면 자녀 입장에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교역자 부부들도 명절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아들이고 싶고, 딸이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주를 위해 살아가야 하는 삶이기에 명절에도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면 그 곁을 함께 지키는 사모의 마음도 아립니다.
주일 오후 늦게 사역을 마친 남편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이번 명절에도 못 찾아뵈었네요. 죄송해요.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남편과 부모님의 대화가 짠하게 느껴지는 명절이었습니다. 올 추석에는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있을지 달력을 한번 넘겨봐야겠습니다.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 imhere@kmib.co.kr
이 코너는 사모인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가 연재합니다.
[박효진 사모it수다] 명절에 더 미안합니다
입력 2017-02-04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