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이려고 대출을 받긴 했지만 부채를 빼고도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100억원쯤 된다. 투자를 결정할 때 배우자의 귀엣말보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 자문을 신뢰한다. 한 달 생활비는 970만원. 문화와 레저에 1순위로 지갑을 연다. 하루 6시간만 일하고 가족과 3시간 이상 보낸다. 한국의 부자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부자의 모습이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7년 코리안 웰스 리포트(한국인 부자 보고서)’를 2일 발간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 동안 PB 서비스를 이용한 고액자산가 1028명을 상대로 설문해 분석한 내용이다.
고액자산가들은 ‘누가 부자인가’라는 질문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100억원 이상’(55%)이라고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이들을 상대하는 PB들은 ‘순자산 50억원 이상 보유자’를 부자라고 답했다. 부자들 스스로 부자의 요건을 더 높게 보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으면 부자로 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에 이런 기준을 충족한 사람이 세계에서 3300만명가량 되고, 전체 인류의 0.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0.7%가 전 세계 부의 45.6%를 장악하고 있다.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PB들은 ‘부모 혹은 친척의 상속 및 증여’(31%)나 ‘가업 승계를 통한 사업체 운영’(18%)이라고 파악했다. 절반 가까이가 ‘대물림 부자’인 것이다. 이어 부동산 투자가 30%, 전문직 또는 기업 임원 출신으로 높은 급여를 받은 경우가 12%, 창업이 8% 등이었다.
부자들의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970만원이었다. 통계청의 평균 가계수지 342만원보다 3배가량 많다. 반면 일하는 시간은 ‘하루 7시간 이하’가 55.7%로 가장 많았고, 평일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3시간 이상’이란 답변이 50%에 달했다.
부자들이 향후 지출을 늘리겠다는 항목은 문화·레저가 32.5%로 1순위였다. 거꾸로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분야는 의류비(24.0%), 외식비(21.6%), 자녀 사교육비(9.2%) 순이었다.
부자들의 앞으로 경기 판단은 부정적이었다. 향후 5년간 실물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응답이 48%에 이르렀다. 특히 부동산 분야는 침체 예상이 56%나 됐다. 그럼에도 부자들은 부동산을 줄이는 등 자산을 조정하겠다는 의지가 약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침체기에 낮아진 가격으로 자녀 또는 손주에게 이를 상속 혹은 증여해 향후 자산가치 상승효과를 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빚 빼고 100억 자산 있어야 부자… 투자 결정시 배우자보다 PB 선호
입력 2017-02-03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