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2명에 빛 선물한 권사님

입력 2017-02-03 00:01

암과 싸우다 별세한 성도가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면서 시각장애인 2명이 생명의 빛을 보게 됐다.

주인공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신자인 고(故) 허정경(52·사진) 권사로 지난달 28일 별세 직후 각막이 2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전달됐다. 허 권사는 2005년 남편과 함께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사장 임석구 목사)에 사후 각막과 뇌사 시 장기기증 등을 서약했다.

허 권사의 남편인 정진덕 권사는 2일 “아내는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주님의 사랑을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고 주님과 함께 있게 된다는 것을 믿었기에 마지막으로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허 권사의 각막 기증은 별세 당일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을 통해 진행됐다. 각막 기증은 사망한 지 12시간 이내에 이루어져야 시각장애인에게 이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신속히 이루어졌다. 기증된 각막은 정밀검사를 거쳐 시각장애인 2명에게 이식됐다.

허 권사는 5년 전 자궁경부암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유방암이 새로 발견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또 다시 폐로 암이 전이돼 절제 수술을 받는 등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허 권사는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이어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모태신앙인 그는 98년 분당으로 이사하면서 만나교회에 출석했다. 이후 부부가 함께 교사로 봉사했고 허 권사는 초등부 교사로 1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 조정진 목사는 “장기기증 서약은 활발하지만 허 권사처럼 실제 기증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각막의 경우 국내에는 기증자가 드물어 미국 필리핀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허 권사 유가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