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량 결함 리콜엔 소극적이면서 현대차, 암참 재가입 ‘美 바라기’ 눈총

입력 2017-02-02 00:04
현대자동차가 9년 만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에 재가입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협박에 미국에 5년간 31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던 현대차가 이번에는 트럼프와의 소통 채널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차량 결함에 조치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차의 ‘미국 일변도 행보’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한국GM 대표)은 1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가 지난해 말 가입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08년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할 당시 1년간 암참 회원사로 활동한 바 있다.

암참 가입을 두고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업체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에 5년간 31억 달러(약 3조65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5년간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약 20억 달러로 이번 투자는 종전 규모를 크게 웃돈다.

현대차가 미국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이 국내 실적은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기아자동차의 국내 판매를 보면 전년 대비 각각 9% 넘게 감소했다. 반면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나머지 3개 완성차 업체는 국내 판매가 모두 늘었다.

현대차의 국내 시장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한 이유는 최근 불거진 제품 결함 등에 따른 신뢰도 하락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2∼3일 생산한 싼타페 2360대에서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가능성’ 결함을 발견하고도 적법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해당 사실을 은폐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국내 시장 차별 논란도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신속하게 리콜 결정이 내려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뒷북 대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는 YF쏘나타 엔진 결함으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 88만5000명에 대해 현대차가 수리비 전액을 보상키로 했다. 리콜과 별개로 추가 보상까지 제공한 것이다. 반면 같은 엔진을 사용한 국내 제품에 대해서는 리콜을 거부했다. 미국 생산 공장에 이물질이 유입돼 생긴 결함이라며 국내 엔진과는 다르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현대차는 해당 엔진의 무상보증기간을 연장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높이를 종전 553m에서 569m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대로라면 서울 송파구에 지어지는 제2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낮지만 수정된 계획대로라면 14m 앞서게 된다. 당초 현대차는 ‘최고층 빌딩’ 타이틀에 연연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제2롯데월드타워보다 낮게 도시계획을 제출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고층 빌딩 경쟁에 나선 것이다. GBC가 정몽구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기업 총수의 자존심 대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엘리베이터 설비 문제로 불가피하게 계획이 수정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차는 한전부지 매입비에 10조5000억원, 공사비에 2조5700억원을 책정했다. GBC 사업에만 약 13조원을 투입하게 된다.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은 4조원에 못 미친다. 강창욱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