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과 ‘닮은꼴’ 반기문, 대선 관여 않고 원로로 남을 듯

입력 2017-02-01 21:37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은 고건 전 국무총리 사례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관료 출신이면서 한동안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했던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대권의 꿈을 스스로 접었다.

두 차례나 총리를 역임하며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고 전 총리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노무현정부 후반기 ‘대망론’을 키워갔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을 11개월 앞둔 1월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뒤 정계를 떠났다.

고 전 총리는 당시 불출마 선언에서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해 왔으나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 부족함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분열된 국론을 모아 정치교체와 국가통합을 이루려고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문과 비슷하다.

반 전 총장도 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정치권과 담을 쌓고 지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귀국 이후 20일간의 대선 행보를 통해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매우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1일 향후 행보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이) 우선 며칠 좀 쉬셔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지는 추후 결정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반 전 총장은 이번 대선에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측 인사는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행동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정치권에 대한 반 전 총장의 절망감이 매우 커 정치 쪽으로 다시 발을 댈 가능성은 0%”라며 “대선 과정에서 도와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도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국가 원로로 남아 외교와 교육 등 분야에 힘을 쏟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의 다른 측근은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 전 총장이 당장 무슨 계획이 있겠느냐”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불필요한 관심이 집중될 경우 해외에 잠시 나가 있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