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여권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이 황 권한대행으로 옮겨가 상승세를 타면 보수 후보 출마론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황 권한대행 본인이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 않은 상태다.
여권 관계자들은 1일 “대선 시계는 흘러가고 뚜렷한 주자가 없으면 황 권한대행이 등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황 권한대행의 최근 지지율은 10%선을 넘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그를 대선 후보로 영입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주시해서 보고 있는 대상”이라고 했다.
황 권한대행의 광폭 행보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오던 신년 기자회견을 자처했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토크콘서트에도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는 등 정상외교 일정도 소화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대선 출마에는 제한이 없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인용해 60일 이내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선일 30일 전까지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면 된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맡게 된다.
문제는 출마 명분이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총리 모두 공석인 비정상 국정을 초래하면서까지 대선에 나서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된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황 권한대행도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국정 수습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권한대행 측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우리와 무관한 문제”라며 “국정 운영에 공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권지혜 기자
법적으로 제한은 없지만… 황교안 출마, 문제는 ‘명분’
입력 2017-02-01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