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기 낙마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얼굴) 전 대표의 대세론은 당분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문 전 대표와 맞서던 여권의 유력 대항마가 당장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후 잦은 구설로 힘이 빠진 상황에서 낙마한 것은 문 전 대표 대세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일 “반 전 총장 낙마가 큰 흐름에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분간 안정적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중도보수층과 충청권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 등 다른 야권 잠룡들에게 옮겨갈 경우 야권 내부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에 대항하는 ‘반문(반문재인) 연대’ 형태로 제3지대 결집이 가속화할 것이란 의미다. 순식간에 유력 후보를 잃어버린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도 문 전 대표를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김 원장은 “여권과 야권에 걸쳐 있던 제3지대가 야권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야권 ‘집안싸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 지사는 이미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 주자들 중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 전 총장 지지층의 표심을 끌어안는 후보가 문 전 대표의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를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충청권 표심이 ‘충청 대망론’을 타고 당내 경선에서 안 지사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일방적일 것으로 예상되던 경선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전 대표도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중도층 공략으로 지지율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야권 한 인사는 “안 전 대표 지지율이 하락했던 것은 반 전 총장과 지지기반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중도 성향이면서 열성 친노(친노무현)가 아닌 유권자를 안 전 대표가 얼마나 회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반 전 총장의 조기 낙마가 성난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어 여권이 재정비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논리다. 야권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을 희생양 삼아 보수세력이 결집할 경우 야권 주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문재인 대세론은 쭉∼?
입력 2017-02-01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