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지켜내지 못할 각박한 풍토”… 일부 언론 네거티브 공세에 화살

입력 2017-02-01 21:37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은 ‘정치교체’를 외쳤던 지난달 12일 귀국 기자회견 이후 20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은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 태도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인격살해에 가까운 모해와 각종 가짜 뉴스’를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집요한 네거티브 공세가 불출마 배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결국 ‘무조건 깎아내리고 보자’는 식의 정치 풍토가 반 전 총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인물을 키워내지는 못할망정 반 전 총장 같은 큰 인물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각박한 풍토에 물들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언론 환경과 SNS 등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반 전 총장이 ‘인격살인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반 전 총장 귀국 이후 턱받이와 퇴주잔 논란 등 반 전 총장 행적과 관련해 집요하게 의혹을 제기해온 일부 언론과 SNS상의 비판 여론을 겨냥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을 돕겠다며 탈당을 예고했다가 주저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높을 땐 앞 다퉈 ‘충성맹세’했다가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만히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순진했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의 주요 내용을 정치권에 대한 비판으로 채웠다. 20일간의 대권 행보 과정에서 정치권으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음을 직접 토로한 것이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