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불출마 선언은 ‘보수 1위 주자의 중도 사퇴’다.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고리로 한 ‘제3지대 빅텐트’ 구상의 구심점 교체가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대항마가 사라진 중도·보수 진영은 합종연횡 시나리오를 새로 작성해야 한다. 민주당 비주류 진영에 남아 독자 세력화를 타진하고 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다. 문 전 대표와의 맞대결 주장을 고수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연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반 전 총장이 확보했던 10%대 중후반 지지율의 향배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높게 형성돼 왔다. 지지정당별로도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50% 이상이 쏠렸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반 전 총장 지지 흡수를 기대하는 이유다. 표심 끌어안기에 성공할 경우 한 자릿수 지지율 정체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고, 문 전 대표의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반 전 총장 지지층이 전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반문 연대의 고리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됐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의 결집 가능성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정치권은 탈당설이 제기된 김종인 전 대표의 ‘역할론’도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그동안 물밑에서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민주당 잠룡들을 만나며 세력화를 추진해 왔다. 여야 양극단을 제외한 세력을 규합하려는 김 전 대표의 ‘비(非)패권지대’ 구상이 곧 반문 연대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대선 전 개헌을 통해 국가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 확고하다. 김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남 지사, 바른정당 유 의원 등도 높게 평가해 왔다.
김 전 대표가 ‘킹 메이커’가 아닌 ‘플레이어’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 진영에서는 야권 주도의 단절적 개혁보다 김 전 대표가 보여준 안정감 있는 변화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권이 김 전 대표를 대안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 전 대표는 여러 차례 “나는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라며 섣부른 전망을 부인해왔지만 과거 행보를 볼 때 깜짝 선택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스스로 판단한 것을 되돌릴 순 없는 것”이라며 “(비패권지대 구상은)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카드’가 없는 보수 진영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대안론이 확산될 수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반 전 총장 지지율이 황 권한대행으로 옮겨가면서 황 대행이 보수 후보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반기문 빠진 대선판… ‘反문 연대’ 구심점은?
입력 2017-02-01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