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10%대로 떨어진 지지율 위기감 속 ‘빅텐트’ 승부수도 정치권에 안 먹혀

입력 2017-02-01 21:30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직후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국회를 떠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국회에서 여야 정당 대표들을 만난 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은 전격적이었다.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을 방문하는 공개 행보를 이어가던 중 돌연 국회를 찾아 “정치교체를 이루려던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참모들은 물론 가족들도 사전에 불출마 선언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여의도에 200평짜리 캠프 사무실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뜻을 접은 것은 일단 지지율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곧바로 전국을 돌며 민생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기대했던 ‘컨벤션효과’는커녕 오히려 가는 곳마다 논란과 설화를 빚었다. 한때 3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최근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 전 총장은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를 만나 “여론이 자꾸만 나빠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도 불출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의 유아독존식 행태를 비판했고, 자신에 대한 음해를 언급하면서 ‘인격살해’란 표현을 썼다. 반 전 총장은 ‘페이크뉴스’(가짜뉴스)가 불순한 의도 하에 생산되고 있다는 점도 여러 번 지적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본인과 가족, 10년간 재직한 유엔의 명예까지 실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험 부족도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았다. 반 전 총장은 개헌과 연정,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내걸며 ‘빅텐트’를 호소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했다. 대선 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시간, 정치적 배경도 없었다. 반 전 총장은 빅텐트를 만들기 위해 여야 유력 정치인들과 연쇄 회동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야권과 언론의 검증 공세, 인력과 조직의 부족, 자금난 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