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0년전 러 동굴人 게놈 분석… 한국인 유전적 뿌리 밝혀냈다

입력 2017-02-02 04:09
두만강 위쪽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 악마문 동굴 입구 모습. 1973년 이 동굴에서 7000∼9000년 전 신석기 시대 사람 것으로 판명된 뼈가 여럿 출토됐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박종화 교수
러시아 아무르강 동굴에서 7700년전 신석기 시대 한국인의 원형이 발견됐다. 동굴 속 고대인(古代人)의 머리뼈에서 추출한 유전체(Genome·게놈)를 분석, 현대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도 규명했다.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 박종화 교수팀과 영국·러시아·독일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러시아 극동지방 아무르강 유역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된 7700년 전 인골 2구(20·40대 여성 추정)의 머리뼈로부터 추출한 DNA를 해독한 결과 한국인이 수천년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섞이면서 기원했다는 가설이 입증됐다고 1일 밝혔다. 한국인과 동아시아인의 기원과 이동에 관한 정밀한 단서를 제공한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발표됐다.

연구 결과 악마문 동굴인(人)은 한국인처럼 갈색 눈과 삽 모양의 앞니 유전자를 가진 수렵 채취인이었다. 고혈압에 약하고 몸 냄새가 적으며 마른 귓밥과 관련된 유전자, 우유 소화를 잘 못하는 유전 변이 등 현대 동아시아인의 전형적인 유전 특성을 갖고 있었다.

악마문 동굴인은 현재 인근에 사는 ‘울지족’의 조상으로 추정됐으며 근처 원주민(사모예드, 여진족)을 제외하면 한국인이 가장 가까운 게놈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연구진은 악마문 동굴인과 현존하는 아시아의 수십 인종의 게놈 변이를 비교하니 현대 베트남, 대만의 원주민 게놈을 융합할 경우 현대 한국인에 가장 가까웠다. 한국인의 뿌리가 수천년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융합하면서 형성됐다는 가설이 대규모 유전정보 분석으로 처음 증명된 것이다. 박종화 교수는 “두 계열이 혼합된 흔적을 분명히 갖고 있지만 현대 한국인의 실제 유전적 구성은 남방계 아시아인에 가깝다”면서 “이는 수렵 채집이나 유목을 하던 북방계 인종보다 정착 농업을 하는 남방계 인종이 더 많은 자식을 낳고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에서 나온 최초의 고대인 게놈을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