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에서 가슴보형물 성분 검출… 원인·대책 찾기 분주

입력 2017-02-05 19:21

최근 A씨 모유에서 가슴보형물 성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섞여 아기가 먹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5년 전 가슴 성형수술을 받은 A씨는 아기에게 수유 중 끈적한 액체가 모유에 섞인 것을 확인하고 조사를 요청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검사한 결과, 실리콘 보형물 성분이 젖과 함께 유관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가슴 보형물 제거와 유관도 일부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가슴 보형물 파열 문제는 이전부터 발생해 왔던 부작용이지만, 보형물 성분이 모유에 섞여 나온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슴 성형수술을 한 여성들의 불안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원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학술이사는 “그동안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MRI상 해당 성분이 실리콘이라고 추측은 되지만, 아직 확실한 성분은 검사 중인 상태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 몸의 구조를 고려하면 발생 가능성이 굉장히 적다는 것이 윤 이사의 설명이다. 가슴 보형물 위치와 유관까지 사이에 많은 구조물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은 피부 아래 유관, 유선조직이 있고 그 뒤에 지방층, 대흉근이 위치해 있다. 보형물은 이 대흉근 밑에 삽입된다. 게다가 보형물이 삽입되면 몸 안에서 보형물을 감싸는 피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파열이 돼도 보통은 파열 성분이 피막 안에 머물게 된다.

윤원준 이사는 “터진 보형물이 유관을 통해 젖으로 나오려면 먼저 피막을 뚫은 다음 근육을 뚫고, 또 근육을 싸고 있는 근막을 뚫고, 유선조직의 막을 뚫은 다음 유관에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충격인 점은 파열된 보형물 제품이 액상실리콘도 아닌 코헤시브겔(cohesive)이라는 것이다. 코헤시브겔은 반고체 형태 고분자 실리콘으로 응집력이 강하다. 그럼에도 유관으로 흘러나왔다는 점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또한 실리콘이 인체 내에 머물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 이사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헤시브겔 8개 제품 중 3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5개가 유럽 CE 허가를 받았다. 그만큼 고분자 실리콘은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이라 인체에 큰 지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진웅식 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예전에 실리콘 사용이 금지됐던 건 실리콘이 몸속에 들어갔을 때 질환이 생길 수 있어서다. 큰 질환이 아니라 알러지 반응 정도였다. 또 코헤시브겔은 파손되더라도 그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내에 있을 거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허가가 됐던 것”이라며 “이번 일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최종 결과를 봐야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식약처가 모유에 섞인 성분을 검토 중이지만, 성분 분석 및 사고 원인을 밝히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모유에 나온 성분이 MRI상으로 보면 실리콘은 맞지만 정확한 분석을 해봐야 하는데, 외국에도 없는 사례라 직접 검사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수술 자체의 문제인지, 제품의 문제인지, 압축의 문제인지 검토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