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 내년 예술의전당 무대 오른다

입력 2017-02-02 18:58 수정 2017-02-03 09:48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안호상 극장장은 “해오름극장이 문을 닫는 동안 산하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및 해외 공연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내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예정인 국립창극단의 '적벽가'(위)와 국립무용단의 '향연'. 김지훈 기자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이 내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선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가진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국립극장 산하 세 예술단체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2일 “올 연말 시작되는 해오름극장의 리노베이션에 1년 반에서 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중극장인 달오름극장과 KB하늘극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대극장 레퍼토리의 경우 해오름극장이 문을 닫는 동안 예술의전당을 대관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요청이 많았던 지역 문예회관에서 공연 기회를 늘리는 한편 공동제작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 국립창극단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대관해 ‘청’ 공연을 시도했다. 당시 노년층이나 보는 장르로 인식되던 창극을 대중화하겠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대관 신청 기간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에 대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산됐다. 예술의전당 브랜드에 기대려는 전략이 결과적으로 국립극장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해오름극장이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술의전당 등을 대관하기로 했다.

전해웅 예술의전당 본부장은 “국립극장이 이곳에서 좀 더 많은 작품을 올릴 수 있길 희망했다. 그러나 우리도 국립오페라단 등 상주단체의 기획공연과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오페라극장에서 두 작품, 콘서트홀에서 연주회 두 번 정도로 조율 중이다”고 밝혔다.

국립극장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창극단의 ‘적벽가’와 국립무용단의 ‘향연’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안 극장장이 예술의전당 공채 1기 출신으로 공연기획부장과 예술사업국장으로 잔뼈가 굵었다는 점에서 국립극장의 예술의전당 공연은 큰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한편 안 극장장은 “지난 5년간 국립극장을 국립예술단체 중심의 제작극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무모한 도전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국립극장의 변화에 관객들이 호응해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재임명 소감을 밝혔다.

2012년 1월 부임한 안 극장장은 쇠락하던 국립극장을 개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탁월한 성과 덕분에 최근 공모를 통해 3년 임기의 극장장에 재임명됐다. 이로써 1952년부터 1961년까지 8년 9개월 재임한 서항석 전 극장장 이래 최장 기간 국립극장을 이끌게 됐다.

그는 “국립극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컨템포러리 극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 전통예술을 변질시킨다거나 국립극장의 정체성을 흔든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예술은 시대와 함께 변화해야 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관객의 외면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극장장 재임명을 앞두고 그는 한국춤비평가협회로부터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함께 불명예스러운 ‘몬도가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1년4개월 공석으로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세 차례 공모를 실시했지만 최종 임명권자인 문체부가 ‘적임자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른 장르와 달리 유독 무용계에서 예술감독 선임이 어려운 이유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면서도 “국립무용단의 변화에 대한 무용계의 우려를 이해한다. 국립무용단이 더욱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