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독립운동가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국정 역사 교과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오류를 전부 수정했다며 내놓은 국정 교과서 최종본에서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 관련 오류가 또다시 발견됐다. 국사편찬위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만 확인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오류였다. 날림 교과서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고교 한국사 208쪽 안창호 설명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교과서는 ‘1910년대 국외민족운동’을 서술하며 ‘안창호와 대한인 국민회’란 사진을 게재했다. “안창호(앞줄 가운데)는 1912년 샌프란시스코에 대한인 국민회 중앙 총회를 설치하고, 초대 회장으로 취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란 설명을 달았다.
안창호는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 초대 회장이 아니다. 초대 회장은 독립운동가인 최정익 선생이다. 2대는 윤병구 선생, 3대가 안창호다. 최정익은 선거 없이 회장으로 추대됐고, 2대부터 선거를 통해 회장을 뽑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창호 관련 단체 등에 초대 회장으로 돼 있는 등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내용이 틀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역사적 팩트가 새로 드러난 것이지 검증 실패는 아니란 논리다.
그러나 국사편찬위가 운영하는 ‘한국사 콘텐츠’ 사이트에는 “(안창호가) 1912년 11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대한인 국민회 (중략) 중앙총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그와 경합한 윤병구가 당선됐다”고 돼 있다. 국가보훈처가 윤병구를 2009년 6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을 때에도 초대 회장 최정익, 2대 윤병구로 명시했다. 초대 회장 때는 실질적인 조직이 없어 윤병구를 초대 회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안창호가 초대 회장이 아님은 분명하다.
안창호 관련 오류는 현장검토본에서도 있었다. 통합임시정부 출범 후 안창호의 직함을 노동국 총판이 아닌 내무총장으로 표기해 학계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최종본에서 수정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 31일 최종본을 공개하면서 “1년여 동안 각계 전문가와 여러 역사 전문 연구기관, 관계기관의 검토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빈말이 됐다. 교육부는 국정화를 추진하며 검정 교과서에 오류가 많다고 명분을 내세웠다.
안창호가 초대 회장이 아니란 지적은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처음 제기했다. 역사교사모임은 초대 회장이 윤병구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역사교사모임과 역사학계가 모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최종본을 분석해 이르면 2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안창호 선생 오류는 현재 취합하고 있는 수백건의 오류 중 하나일 뿐”이라며 “교육 현장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학교 현장에서 도저히 쓰기 어려운 교과서를 만든 교육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대한인 국민회 초대회장이 안창호?… 국정교과서 최종본서도 또 오류 발견
입력 2017-02-01 17:49 수정 2017-02-01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