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표 어디로… 대선 판세 요동

입력 2017-02-02 05:0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직후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국회를 떠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국회에서 여야 정당 대표들을 만난 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불출마 선언은 대선 정국을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뒤바꿔 놨다. ‘보수 1위 주자 중도 사퇴’라는 돌발변수로 대선 판국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반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대항마로 부상하기를 기대했던 보수 세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제3지대 빅텐트’ 구상 등 정계개편 시나리오 역시 새 구상이 불가피하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반 전 총장이 확보했던 10%대 중후반 지지율의 향배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다른 보수 후보로 이동할 경우 해당 후보는 문 전 대표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다. ‘제3지대’ 후보나 무당층으로 옮겨갈 경우 새로운 합종연횡이 시작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높게 형성됐다. 지지정당별로도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50% 이상이 쏠렸다. 반 전 총장의 주요 지지 기반이 보수층이라는 뜻이다.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 잠룡들이 반 전 총장 지지 흡수를 기대하는 이유다. 표심 끌어안기에 성공할 경우 한 자릿수 지지율 정체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고, 문 전 대표의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유 의원은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에 대해 “존중한다. 평생의 경륜과 경험을 대한민국을 위해 소중하게 써주기를 바란다”고 평가했고, 남 지사도 “반 전 총장은 여전히 국가의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웠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 연휴 전후로 반 전 총장 지지율 하락과 문 전 대표 지지율 상승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설 연휴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의 박스권 지지율을 극복하고 양자 가상대결에서 전승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 전 대표와의 맞대결을 노리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선 싸움도 더욱 치열하게 불붙을 수 있다.

반 전 총장 지지층이 전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헌이나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고리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거론됐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과의 ‘제3지대 결집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 경우 탈당설이 제기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카드’가 없는 보수 진영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대안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반 전 총장 지지율이 황 권한대행으로 옮겨가면서 황 권한대행이 보수 후보로 급부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최근 지지율이 10%까지 올라왔다. 반 전 총장과 행보를 같이하기로 했던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은 동력을 잃게 됐다.

그러나 ‘불임정당’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초·재선 의원들이 ‘바른정당행’을 결행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 후보를 잃은 충청권 민심이 안희정 지사에게 옮겨갈지, 안철수 전 대표가 반문 연대의 대표로 부상할지도 주목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