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기 죽쒔는데 산업생산 3.1%↑… “반도체 착시 탓”

입력 2017-02-01 18:01 수정 2017-02-01 21:39

국내 전체 산업생산량이 지난해 3%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은 5년 만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감소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증가 폭만 보면 2011년(3.3%) 이후 최고다.

분야별로는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을 포함한 광공업 부문 생산이 2015년보다 1.0% 증가했다. 서비스업도 모바일 게임시장 성장에 힘입어 2015년 대비 3.0% 증가세를 보였다. 국민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노인 틀니·임플란트까지 확대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은 주택건설시장이 과열되면서 전년 대비 17.5% 급증했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전산업생산지수 증가는 광공업 부문 생산 회복과 건설업 활황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언뜻 활황으로 비치는 수치의 속내를 뜯어보면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산업생산량 증가를 뒷받침한 광공업 부문에서 반도체가 끌어올린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게 탈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통계를 보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의 수출액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인 64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개당 2.72달러에서 지난달 2.99달러로 ‘귀한 몸’이 된 반도체 D램 가격 상승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D램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늘지 않은 게 단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낸드플래시도 노트북 하드드라이브 교체 수요에 힘입어 수출 증가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은 울상이다.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제외한 지난해 산업생산은 2015년보다 오히려 0.5% 줄었다. 특히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년 대비 1.9% 포인트 하락한 72.4%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기록한 67.6%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그러다보니 실제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2% 감소하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12월 산업활동동향 조사 결과는 이듬해 1분기 경제 흐름을 전망할 수 있는 지표로 본다. 통계청의 12월 경기선행지수 중 향후 소비 증감의 바로미터 격인 ‘소비자기대지수’는 전월 대비 3.0포인트 줄었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 요인이 겹치면서 닫힌 지갑이 풀리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김 경제통계국장은 “가계소득 측면 등을 고려하면 올해 소비 회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