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각 靑으로 부른 김기춘 국가와 민족이 아니라 朴정부 성공 위해 일해 주시겠냐” 물어

입력 2017-02-02 00:04
“국가와 민족이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일해 주시겠습니까?”

1일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광고감독 차은택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콘진원장)의 ‘광고대행사 포레카 강탈 미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상규(62) 컴투게더 대표가 “송 전 원장에게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일화(逸話) 하나를 소개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 11월 청와대로 송 전 원장을 부른 뒤 대뜸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 주시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송 전 원장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답변했고, 한 달 뒤 차관급인 콘진원장에 임명됐다. 고위공직 후보자를 부른 김 전 실장이 국민이 아니라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굉장히 이상한 얘기라서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차씨 등의 3회 공판에서는 송 전 원장 등의 협박성 통화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검찰은 “2015년 6월 포레카 인수작업을 추진하던 한 전 대표에게 송 전 원장 등 피고인들이 수차례 전화를 걸어 협박을 반복한 정황이 담겼다”고 밝혔다.

녹음파일에서 송 전 원장은 한 대표에게 “재단이 생각한 로드맵은 대기업들을 광고주로 하는 회사를 키우는 게 목적”이라며 “재단이란 거대한 탑에서는 ‘형님(한 대표)을 묻어버려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그 양반들이 얼마나 힘이 세기에 그러느냐”고 반문하면 송 전 원장은 “그런 거 자꾸 궁금해 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송 전 원장은 “이대로 가면 최악으로 간다. 김우중(전 대우그룹 회장)이 망하고 싶어서 망했겠느냐”는 말도 했다.

증인석에 앉은 한 대표는 “차씨가 송 전 원장을 콘진원장에 추천했으니, 송 전 원장은 차씨가 포레카를 원하면 저를 협박해서라도 (포레카 인수를) 포기하도록 하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