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대선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을 잇따라 방문하며 여야를 아우르는 행보를 이어갔다. 환대도 있었지만 사실상 ‘구박’에 가까운 우회적인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를 찾은 반 전 총장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개헌 전선’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우리 당이 벌써부터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적극 맞장구쳤다.
인 위원장은 다만 “제가 최근 (신조를) ‘낙상(落傷)주의’로 바꿨다”면서 “겨울에는 (길이) 미끄러워 낙상하기 쉬우니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했다. 70대인 반 전 총장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비공개 회동에서 “현실정치에서 진영 없이 제대로 된 선거를 할 수 없다”며 반 전 총장을 압박했다고 한다.
곧이어 바른정당 당사를 방문한 반 전 총장은 환대를 받았다. 정병국 대표는 “반 전 총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의미 있게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천년학(鶴)도 집을 나서면 들짐승의 침노를 받는다”는 말로 반 전 총장을 위로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에게 쏟아진 여러 공격을 잘 견뎌내길 바란다는 의미였다.
반 전 총장은 오후에는 국회를 찾아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방문했다. 심 대표는 회동에서 “저도 한 15년 정치를 했는데 정치가 짧은 시일 내에 쉽지 않다”며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교체’를 내건 반 전 총장에게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 대표와의 회동 직후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낙상 주의”새누리당선 구박 “경험 활용” 바른정당선 환대… 潘, 불출마 선언
입력 2017-02-01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