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19대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1강 1중 다약’ 구도에서 1중 후보가 포기함으로써 대선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반 전 총장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일성으로 밝혔던 정치교체의 꿈을 불과 20일 만에 접은 것이다.
그는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의 명분이 실종됐다”고 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지율 급락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 전 총장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정체성 시비와 정치력 논란에 끊임없이 휘말리면서 20%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최근 10%대 초반까지 급락하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지지율 2위를 달리던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로 한동안 ‘문재인 대세론’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 전 총장의 낙마로 상실감이 큰 충청 민심이 만일 안 전 대표에게 쏠릴 경우 대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질수록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층 결집도 두드러질 게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누가 보수의 대표주자가 되느냐가 19대 대선의 초기 승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반 전 총장의 사퇴로 그와 지지층이 겹치는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 사이에서 고민하던 보수층이 대거 황 권한대행 지지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제가 적잖다. 우선 권한대행직을 포기하고 대선에 출마하는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대행하는 헌정사상 미증유 사태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 또한 박근혜정부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대선 참여가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 변수라면 황 권한대행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과연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수 있느냐다. 또 하나의 변수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주장하는 보수후보 단일화 여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에서 보수 세력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고 반 전 총장이 힘을 보탤 경우 ‘분열한 진보 대 단합한 보수’ 프레임으로 예측불허의 대접전이 전개될 수 있다.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 반 전 총장을 제외하곤 지지율과 대선후보 적합도 모두에서 유 의원이 수위를 지켜왔다. 박근혜 대통령과 맞섰던 그는 합리적 개혁세력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가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번 대선은 상수인 더민주, 국민의당 후보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각각의 후보를 내세우느냐, 단일후보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4자 대결구도 또는 3자 대결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 유 의원, 황 권한대행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흥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wlee@kmib.co.kr
[관점 View]‘潘’사이익… 새 보수 주자는 누구
입력 2017-02-01 17:38 수정 2017-02-01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