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4·13총선에서 민주당 승리를 이끌었지만 비주류 진영에 남아 독자 세력화를 타진하고 있는 그의 선택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김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는 모든 게 베일에 싸여 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비대위 대표에서 내려온 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갈등을 빚은 뒤 변방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선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민주당 잠룡들을 만나며 세력화를 추진해 왔다. 이른바 여야 양극단을 제외한 세력을 규합하려는 ‘비(非)패권지대’ 구상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대선 전 개헌을 통해 국가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 확고하다.
약 8개월간 민주당을 이끌어오면서 주류 측과는 갈등을 빚었지만 당내 지지 세력도 적지 않게 구축됐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는 정치권에 몇 안 되는 경세가(經世家)”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정책 역시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감을 의식해 ‘경제민주화가 경제 활성화’라는 타이틀로 강연도 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야권 주도의 단절적 개혁보다는 김 전 대표가 보여준 안정감 있는 변화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제1 주자를 잃은 여권이 김 전 대표를 대안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특히 그가 민주당·국민의당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의 관계가 틀어진 점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김 전 대표는 여러 차례 “나는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라며 섣부른 전망을 부인해왔지만 과거 행보를 볼 때 깜짝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대표는 비대위 대표 시절 사석에서 ‘철새’라는 비판에 대해 “야권에서는 내가 구상하는 정책을 펼칠 수 없다. 집권 세력과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며 정책 우선 의사를 드러냈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을 높게 평가해 왔다.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구상하던 반 전 총장이 낙마한 만큼 이들과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탈당 후 다른 정당에서 직접 경선에 나설 수도 있다. 김 전 대표는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스스로 판단한 것을 되돌릴 순 없는 것”이라며 “(비패권지대 구상은) 나중에 두고봐야 안다”고만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潘 빠진 대선판, 바빠진 김종인
입력 2017-02-02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