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업 돈 버는데 개인은 ‘가난’

입력 2017-02-01 19:36

기업이 돈을 벌어도 개인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제조업 기반시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기업 이익 확대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서 수출은 40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늘면서 지난달 64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월간 수출실적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평판 디스플레이 수출도 2013년 5월 이후 44개월 만에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면 글로벌 경쟁 심화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감소했다.

수출과 달리 체감경기는 여전히 최악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는 1.2% 감소하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갈수록 반감하고 있다. 작년 실업자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9.8%로 역대 최고로 치솟은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기획과 디자인, 반제품·완제품 생산, 포장과 수송, 판매 등의 단계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거점을 다양화하는 글로벌밸류체인(GVC) 전략으로 일자리 부족 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들의 해외 이전 가속화로 없어진 신규 일자리는 24만2000여개다.

산업부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기아차 등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그곳에 부품을 수출해 완성재를 만들고 이를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부품 수출은 늘고 완성재 수출이 줄어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 인해 국내 일자리까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리쇼어링(생산시설 회귀) 정책을 내세운 게 대표적이다. 일본은 혼다, 도요타, 파나소닉 등을 국내로 복귀시켰고 독일도 아시아로 이전했던 아디다스 공장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한국 정부도 유턴 기업들에 세제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탈(脫)한국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설립을 본격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공장을 완전 청산한 뒤 이전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 폐지도 검토할 부분”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