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역전 만루홈런’을 노리고 있다. 올해 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합류를 희망하는 당내 의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안 지사는 충청권 유일의 대선 주자가 됐다. 그러나 조기 대선 가시화로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많다.
1일 공개된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9.1% 지지율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5.0%)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탄핵국면이 본격 시작된 지난해 11월 무렵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영향으로 2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지사의 대선 전략은 ‘안희정을 한 번 보면 안희정을 찍는다’다. 안 지사 측은 “안 지사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호감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라며 “일단 안 지사를 보고 나면 안 지사를 찍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지사는 이를 위해 매체를 가리지 않고 유권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신세대에는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보수층과 노년층엔 정책적 안정감으로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 30일에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안깨비’를 직접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노년층 공략을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직접 제작했다. ‘우리 희정이’라는 이름의 앱은 안 지사의 출생부터 대학생활, 정치경력 등을 압축 소개했다. 설 명절 기간 젊은 지지자들이 부모님 스마트폰에 설치해 달라는 취지다.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안 지사 측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10명 이상의 초선 의원이 “경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며 안 지사 측 합류를 타진했다고 한다. 안 지사 측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지역 홍보와 조직 구축을 부탁하고 있다. 전국적 인지도와 당내 기반이 탄탄한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기려면 당내 조직도 확실히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비주류 의원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문 전 대표에 비해 안 전 지사에겐 당내 반감이 거의 없다”며 “다만 문 전 대표가 절대 강세인 당내 경선 구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그동안 문 전 대표에 비해 지역 기반이 약했던 안 지사가 확실한 텃밭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충남 아산을이 지역구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충청권의 반 전 총장 지지세를 안 지사가 상당 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안 지사 상승세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지사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 전 대표와 ‘네거티브 경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문 전 대표와 친노(친노무현)라는 공통분모를 갖는 만큼 당내 경선이 자칫 진흙탕싸움으로 비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신 안 지사는 정책 차별화로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입장이다. 안 지사는 최근 군 복무기간 단축 논란 때 “표를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문 전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건희 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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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곡선 안희정… ‘역전 만루홈런’ 가능할까
입력 2017-02-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