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여있는 돈… 예금 회전율 최저수준

입력 2017-02-02 05:05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저성장 기조 지속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화폐 발행 잔액(공급 화폐 중 시중에 남은 현금)은 97조382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11월 통화량(M2·광의통화)은 2406조3955억원으로 전년(2242조8482억원)보다 7.3% 늘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등 협의통화에 정기 예·적금, 금전신탁 등을 더한 것이다.

하지만 본원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지난해 11월 16.7로 역대 최저다. 경제활력을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도 지난해 3분기 0.69로 최저 수준이다. 돈이 돌지 않는 것이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의 지난해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327조3672억원이다. 1년 새 41조7415억원이나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으로, 단기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20.3회다. 전월 대비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낮다. 지난해 10월의 19.4회는 2005년 2월(18.1회) 이후 11년8개월 만의 최저치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돈을 찾지 않았고,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단기 금융상품에도 돈이 고인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달 6일 역대 최고인 55조736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소폭 감소했지만 54조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에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쏠린 것이다.

복합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지만 유동성 공급 확대는 지속돼야 한다”며 “가계대출 규제가 필요하지만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금리 부담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