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의 미래로 떠오른 왕정훈(22)이 자신의 우상이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 앞에서 유러피언(EPGA) 투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특히 전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한 스타들과 한 조에서 티 오프를 하게 돼 골프계에서 왕정훈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케하고 있다.
왕정훈은 2일(한국시간)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에미리트골프클럽(파72·7328야드)에서 열리는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총상금 265만 달러)에 출전한다.
왕정훈은 지난 주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대회에서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EPGA 투어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이 우승으로 왕정훈은 60위에 머물던 세계랭킹을 39위까지 대폭 끌어 올렸다. 한국 선수 가운데 안병훈(26·47위)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승과 함께 EPGA 신인왕을 차지한 왕정훈은 시즌 초반 우승을 추가하며 존재감을 더했다.
왕정훈은 이 대회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바로 어린 시절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우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정훈은 “우즈는 내 어릴 적 우상이었다. 그와 함께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왕정훈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왕년에 세계 톱랭커 자리에 올랐던 선수들과 한조로 묶이며 2라운드까지 동행한다. 1일 대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1, 2라운드 조편성 결과 왕정훈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세계랭킹 43위), 마르틴 카이머(독일·50위)와 경기한다. 웨스트우드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지만 2010년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2008년부터 5년 가까이 세계랭킹 톱10을 지켰다.
카이머 역시 많은 우승 경험과 함께 2011년 한때 세계랭킹 1위를 밟았을 정도로 정상급 선수다. 또 타이거 우즈 외에 유럽 투어 강자이자 지난해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헨릭 스텐손(스웨덴·5위),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이후 마스터스에서 그린 자켓을 입은 대니 윌렛(잉글랜드·13위) 등도 출전하면서 미국프로골프(PGA) 못지 않은 별들의 경쟁이 실현됐다.
이에 따라 왕정훈은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진검승부’를 벌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사실 왕정훈이 3승을 따낸 대회는 기량이 다소 떨어지는 선수들이 참가한 게 사실이다. 왕정훈이 이 대회에서 선전할 경우 그의 실력에 대한 의문부호는 사라지게 된다. 또 그가 꿈꾸던 PGA 투어 마스터스 출전도 가시화된다. 마스터스 출전은 3월 말 기준으로 세계랭킹 40위 안에 들면 가능하다.
우즈가 명예회복을 할 지도 관심거리다. 우즈는 지난주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을 통해 17개월 만에 정규 대회에 복귀했지만 컷탈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이 곳은 약속의 땅이다. 우즈는 2006년과 2008년 이 대회 우승을 비롯해 7차례 출전해 ‘톱5’에 5차례나 들었다. 한 번도 컷 탈락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28번의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3번을 제외하고 모두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냈다. 이 대회는 우즈의 유러피언 투어 복귀전이다. 우즈는 윌렛, 매튜 피츠패트릭(잉글랜드·31위)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왕정훈은 2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1번홀에서 티샷한다. 10번홀에서 출발하는 우즈는 오후 1시15분 경기를 시작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왕’의 행차… 호랑이도 물렀거라!
입력 2017-02-01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