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성 울린 환율전쟁… 정교하고 철저하게 대처해야

입력 2017-02-01 17:29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중국과 일본이 환율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바보처럼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날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측의 이런 발언은 10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협상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사전포석이라는 측면이 있겠으나 거칠고도 직접적인 언사로 특정 국가를 공개적으로 거명했다는 점에서 환율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 달러가치는 두 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엔화가치는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측이 우리나라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도 미국의 환율관찰국에 올라 있는 만큼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냉철하게 말하면 우리도 미국의 환율전쟁 대상국이다. 트럼프가 사실상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한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가장 주요한 무역상대국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과 미국에 대해 환율전쟁을 선언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해 환율전쟁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리는 대미 무역 흑자국이다. 옳든 그르든 미국은 이를 환율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3700억 달러 수준으로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민감도가 훨씬 높고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한·일 통화 스와프는 사실상 종료됐고,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연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외환 방어막 자체가 약화된 상태다. 문제는 우리가 싫다고 외환전쟁을 피할 수는 없다. 정부는 미국발 환율전쟁이 이미 시작된 만큼 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교하고도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