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감하다 사상 최고치 기록한 독일 인구의 시사점

입력 2017-02-01 17:29
독일 인구가 8280만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다. 2002년 정점(8254만명)을 찍은 뒤 급격히 감소하다 14년 만에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 유럽에서 가장 견실한 독일 경제의 배경에는 이처럼 견고하게 유지되는 인구 규모, 특히 급속한 감소세를 뒤집은 생산가능인구의 뒷받침이 있었다.

독일은 유럽에서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나라였다. 198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출산율이 1.3명대에 머물렀다. 60세 이상이 25%를 넘어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노인국가로 불렸다. 2060년이면 1000만명 이상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인구위기는 2000년대 초반 실업자 500만명의 경제위기와 맞물려 암울한 현실로 닥쳤다. 인구절벽과 저성장에 부닥친 지금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올해는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출산율은 여전히 1.2명대에 머물러 있고,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성장률은 2%대로 떨어졌다. 비슷한 상황에서 사상 최대 인구, 유럽 최강 경제를 구축한 독일의 선례는 한국 맞춤형 교과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독일의 2015년 출산율은 33년 만에 최고인 1.5명을 기록했다. 오랜 저출산 추세가 전환점을 맞은 비결은 이 수치의 이면에 있다. 내국인 출산율은 전년 1.42명에서 1.43명으로 큰 변동이 없지만, 이주민 출산율은 1.95명으로 월등히 높았고 전년(1.86명)보다도 크게 증가했다. 내국인 출산율을 1.4명대까지 끌어올린 건 강력한 ‘일-가정 양립’ 정책의 결과였다. 그것만으로는 1.5명(한국이 2020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에 이를 수 없었다. 기록적인 출산율은 이주민의 힘이다. 그래도 여전히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많은데, 그럼에도 사상 최대 인구를 만든 건 역시 이민과 난민을 적극 수용한 결과였다. 지난 2년간 독일이 받아들인 외국인은 100만명이 넘는다.

독일은 2005년 ‘어젠다 2010’이란 국가 개혁을 시작했다. 노동·복지 개혁과 함께 새로 만든 이민법 첫 문장에 ‘독일은 이민국가’라고 명시했다. 노동력 부족의 고착화를 우려한 경제계가 적극 요청했다. 고급 인력의 이주가 확대되도록 각종 정책을 개편한 지 10년 만에 인구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유럽에서 가장 배타적 민족성을 가졌다는 독일의 변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