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연간 판매 사상 처음 줄었다

입력 2017-02-02 00:03

애플 아이폰 연간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4분기 판매 신기록을 세웠지만 1∼3분기 판매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애플 회계연도 기준 2017년 1분기) 783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지금까지 분기 최고 기록이었던 2015년 4분기 7478만대를 넘어서며 4분기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매출은 784억 달러(약 90조원)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연간 판매량 전체를 두고 보면 애플이 축배를 들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아이폰 판매량은 총 2억1540만대로 2015년 2억3150만대보다 감소했다.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보다 떨어진 건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처음이다. 한때 애플의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에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다. 애플은 지난해 분기마다 중국에서 20∼30%가량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아이폰 품질, 사후관리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애플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이패드 판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애플의 고민이다. 지난해 4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은 1300만대로 2015년 4분기보다 22%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신형 맥북이 출시된 덕분에 맥 판매량은 7% 늘었다.

애플이 4분기 깜짝 실적을 거둔 것은 판매 장벽에 부딪힌 중국 대신 일본 미국 등 전통적으로 강세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일본 간편 결제 시스템 ‘펠리카’를 아이폰7에 탑재하는 등 공을 들였다. 미국에서는 출시 초반부터 공짜 마케팅을 펼치는 등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4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지만, 일본은 20%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도 각각 9%와 3% 매출이 늘었다.

경쟁자였던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이 단종된 것도 애플에 호재로 작용했다. 최고의 라이벌이 사라진 상황에서 연말 쇼핑 시즌을 아이폰7이 사실상 독점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7750만대)를 제치고 4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2011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아이폰 평균판매가격(ASP)은 695달러로 삼성전자 휴대전화 ASP 182달러보다 3.8배가량 높았다.

올해 1분기에도 애플의 선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 공개 시점을 늦췄기 때문이다. 갤럭시S8이 2분기에 시장에 나올 전망이어서 당분간 아이폰7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1분기 매출 예상액을 515억∼535억 달러로 잡았다. 2015년 1분기(506억 달러)보다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