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참여한 당정 토론회, ‘수상한 여성’ 도청 의혹에 발칵

입력 2017-02-02 00: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폴 라이언 하원의장, 공화당 의원 다수가 참여한 비공개 당정 토론회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이 ‘공직자 아내’를 사칭하고 들어와 수 시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이 여성이 직접 녹음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회의 내용을 녹음한 자료가 현지 언론에 익명으로 전달됐다. 미국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해야 할 장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사건이어서 정부와 여당이 발칵 뒤집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 로우스 호텔에서 당정 모임이 열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기를 비롯한 핵심 현안을 기탄없이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로 했다. 기자 출입이 통제됐고 극소수 직원과 의원 가족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미스터리 여인’이 위조 신분증을 내밀고 들어와 회의장 여러 곳을 아무 제지 없이 들락거렸다. 주최 측 사람과 만날 때마다 본인을 공직자 부인이라고 소개했다. 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보안검사에 걸려 쫓겨났다.

이날 밤 신원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WP 등 일부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건강보험과 안보 이슈 관련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한 자료가 담긴 이메일이었다.

주최 측은 나중에 회의 참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 여인의 무단침입 사실을 알렸지만, 이 여성이 녹음을 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녹음한 사람을 포함해 침입자가 더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침입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나 펜스 부통령에게 물리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을 수도 있다.

어처구니없는 보안사고에 공화당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찰리 덴트 하원의원은 “나와 동료 의원들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