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챔피언인 ‘짱구’ 장정구(54)와 ‘작은 들소’ 유명우(53)가 3·1절을 맞아 독도에서 복싱 레전드 매치를 펼친다. 장정구와 유명우는 각각 2009년과 2013년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IBHOF)에 헌액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가수 김장훈(50)의 소속사 공연세상은 3·1절 특집으로 이 같은 이벤트를 추진한다고 1일 발표했다. 두 선수의 경기는 독도의 불규칙한 기상 탓에 3월 1일부터 중순 사이 기상이 허락하는 시점에 열릴 예정이다. 두 선수 외에도 미래 레전드를 꿈꾸는 현역 복싱 유망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행사에 동참해 화끈한 경기를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복싱에 관심이 많았던 김장훈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평소 김장훈은 유명우가 운영하는 YMW 버팔로 프로모션의 체육관을 찾아 소속 선수들을 응원하고 각종 행사 때는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김장훈은 “독도라는 장소의 특별함은 차치하고라도 누구나 보고 싶어 했던 두 선수의 시합은 전 세계 복싱 팬들을 흥분시킬 것이다. 두 전설의 업적에 누가 되지 않게 멋진 행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장정구는 1983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에 등극한 뒤 15차 방어에 성공했다. 80년대 한국 복싱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프로통산 전적은 38승(17KO) 4패였다. 한국 복서로는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유명우는 85년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플라이급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뒤 17차 방어에 성공하며 6년간 정상을 굳게 지켰다. 17차 방어는 체급 사상 최다이며 ‘36연승’ 기록도 세웠다.
장정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독도에서 열려 의미 있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스포츠인으로서 조금이나마 복싱계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출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91년 은퇴 이후 처음 링에 오르는데, 레전드 매치라고 해서 너무 큰 기대는 말아 달라. 좋은 뜻을 갖고 행사에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유명우도 “요즘 나라 안팎에 신나는 일이 없다. 전성기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중년의 모습으로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인 국민들에게 흐뭇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현역 때 받은 많은 사랑을 국민과 복싱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복싱 붐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장정구·유명우, 독도서 3·1절 ‘전설의 대결’
입력 2017-02-01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