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대석]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엄마의 마음으로… “올해엔 중년 독거男 복지에 힘쓸 것”

입력 2017-02-01 21:29

지난 설 연휴 기간 서울 양천구의 부모 없는 아이들 50여명에게 정성이 담긴 ‘엄마 도시락’이 배달됐다. 아침, 점심 하루 두 차례 도시락 배달에 주민 10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명절 때마다 배달되는 양천구의 ‘엄마 도시락’은 김수영(53·사진) 구청장 작품이다. 김 구청장은 지난 31일 국민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명절에는 학교 급식도 없고, 식당들도 다 문을 닫는다”면서 “부모 없이 아이들끼리 살거나 조부모랑 지내는 아이들에게 명절에 밥은 굶지 않게 해줘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천구에는 ‘엄마’를 앞세운 사업이 유독 많다. 주부들이 경제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엄마경제공간’이 이번 달에 문을 열고, 하반기에는 엄마가 36개월 이하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아이맘 카페’가 설치된다.

김 구청장은 30대에 지방정치에 뜻을 세우고 준비해 왔다고 한다. 사회복지를 공부해 석·박사를 딴 것도 지방정치의 핵심이 복지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014년 구청장에 당선된 후 그는 복지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서울시가 방문 복지서비스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양천구엔 이미 방문복지팀이 운영되고 있었다. 김 구청장이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방문복지팀 신설이었다.

김 구청장은 올해 또 다른 복지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중년 독거남성이 대상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가끔 병사나 자살 보고를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들 중에 혼자 사는 50대 남성이 유독 많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중년의 독거남성들 중에는 알콜 중독도 많고 대인관계 없이 집에서만 지내는 경우도 많죠. 또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지원을 요청하지도 못 해요.”

현행 복지체계에서 중년 독거남성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복지 논의의 주제가 된 적도 거의 없다. 김 구청장은 “실제로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게 혼자 사는 중년 남성들”이라며 “2월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3월쯤 이들을 위한 복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사업도 김 구청장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특히 ‘1동 1도서관’ 사업을 취임 초 시작해 올해 18개 전체 동에 마을도서관이 생긴다. 신정2동의 경우 고물상이 있던 자리를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북카페로 개조해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마을도서관을 “주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 “부모와 아이가 함께 노는 곳” “시민 교육의 장” 등으로 정의하는 김 구청장은 “올해 구 대표 도서관 건립을 시작하고 구립 도서관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문화재단도 설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