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끝내고 돌아온 박원순 “다시 시작하겠다”

입력 2017-02-02 00:00
불출마 선언 후 지리산을 등산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뒷모습. 박원순시장 페이스북 캡처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이 짧은 휴가를 마치고 1일 출근했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 “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그 긴 걸음 속에서 아직도 제 마음 속에 비워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비워진 마음속에 시민을, 그 고통의 삶을, 그것을 해결할 방도를, 헝클어진 세상의 매듭을 풀어보겠다는 그 초심을 차곡차곡 쌓아가겠다”며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시장은 설 연휴 전날인 지난 달 26일 대통령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고 몇몇 서울시 간부들과 3박4일 지리산 종주를 떠났다. 지리산 종주는 그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2011년에도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돌아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회동한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다.

박 시장의 핵심 측근은 1일 “문제는 지지율이었다”고 토로했다. 촛불정국 이후 추락한 지지율을 반등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구도에서 졌다”는 말도 했다.

박 시장은 자신을 유능한 혁신가로 내세웠지만 국민들이 지금 원하는 건 정권교체였다. 박 시장은 “대통령이 되면 누구보다 잘 할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으나 정권교체 열망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투사돼 있었다. 정권교체 이후의 개혁이나 혁신은 당장의 주제가 되지 못했다. 이번은 박 시장의 차례가 아니었던 것이다.

박 시장은 불출마 선언 다음 날 지지자들을 향해 쓴 편지에서 자신의 실패를 이렇게 정리했다.

“현실정치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많은 것들이 부족했습니다. 스스로의 마음가짐, 결기도 부족했습니다. 이 혼란과 절망의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꿔놓고자 하는 그 의욕만 앞섰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현실의 정치에서 패배했습니다.”

박 시장은 실패의 원인을 온전히 자기 탓으로 돌렸다. 그는 “앞으로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정권교체 이후 민주개혁세력 단결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연대설이 계속 흘러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는 ‘정권교체’와 ‘단결’을 강조했다.

불출마 선언 이후 박 시장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박 시장은 1년 반의 임기를 남겨놓고 있다. 그가 추진한 서울시 혁신 정책들이 결실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는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저의 정치인생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018년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 뒤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고, 국회나 행정부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불출마가 정치인 박원순에게 더 많은 길을 열어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