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민자기숙사의 비싼 비용 때문에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는 민간자본을 들여 최첨단으로 신축한 ‘제중학사-법현학사’에 1일부터 학생들이 입주한다고 31일 밝혔다.
신축 민자기숙사는 같은 부지에 있던 이전 기숙사보다 연면적이 10배로 확대돼 수용인원도 3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다. 연대는 “또 다른 민자기숙사인 SK국제학사와 함께 학생들의 주요 주거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반응은 저조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을 위한 법현학사는 입주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약 4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나 입주 신청자는 150여명이다. 로스쿨 재학생 378명 중 40% 정도만 기숙사를 신청한 셈이다.
600여명 수용이 가능한 제중학사는 의대생을 위한 기숙사로 460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2인실로만 구성된 데다 의과대학 동문들이 15억원의 건립기금을 기부한 덕에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입주율이 낮은 이유는 1인실 기준 월 66만원에 달하는 비싼 기숙사비 때문이다. 연세대는 신축 민자기숙사의 비용을 1인실 월 66만원, 2인실 월 36만원으로 책정했다. 신촌 일대 원룸 월세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다방’이 전국 50여개 주요 대학 인근 원룸 월세를 분석한 결과 연세대 인근 신촌의 원룸 평균 시세는 보증금 1511만원에 월세 50만원이었다. 1인실 기숙사비가 인근 원룸 월세에 비해 1.3배 높은 셈이다. 연대 로스쿨 3학년생인 A씨(30)는 “신축 기숙사가 지어진다고 해서 입주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가격을 보고 그냥 근처 원룸을 알아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액 기숙사비 논란에 연대 측은 “66만원은 1인실이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이 드는 것”이라며 “소득분위에 따라 기숙사비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민자기숙사의 비싼 기숙사비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연세대는 SK국제학사, 우정원 입주 당시에도 직영기숙사인 무악학사에 비해 기숙사비가 3배 넘어 학생들이 반발했다.
민자기숙사는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와 기숙사를 짓기 때문에 직영기숙사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제중학사-법현학사도 민간기업이 건물을 지은 뒤 20∼30년간 공사비와 이익을 분할 상환받는 민자유치 방식으로 지어졌다. 한화건설과 민간 투자사들이 사업비 약 650억원을 투자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민자기숙사이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는 데 제약이 있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대학교 기숙사가 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시설비용을 학생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3년 전부터 신입생의 송도국제캠퍼스 기숙사 강제입주 기한을 1학기에서 2학기로 늘린 것도 시설비용 전가용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청년 주거운동 단체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학교 적립금이 아닌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기숙사를 짓고는 학생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민자기숙사 설립 및 운영원가 등 기숙사비 결정 과정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기획] ‘돈 먹는’ 대학 민자기숙사… 신촌 일대 원룸의 1.3배
입력 2017-02-0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