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의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분을 거의 고치지 않고 학교 현장에 배포키로 했다. 다수 역사학자·교사 등이 박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고 지적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내용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부분에서는 비판을 일부 수용했다. 일본군 위안부 분량이 많아졌고 친일파들의 행적은 좀 더 구체적으로 쓰였다. 앞으로 만들어질 검정 역사 교과서에선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쓸 수 있게 했다.
교육부는 31일 중학교 역사①②, 고교 한국사 등 국정 교과서 최종본 3권을 공개했다. 최종본은 지난해 11월 28일 나온 현장검토본을 수정·보완해 연구학교에서 실제 사용할 교과서다. 내년에 배포되는 검정 교과서 집필기준과 국정 교과서를 심의한 편찬심의위원 명단도 공개했다.
최종본은 현장검토본과 동일하게 9쪽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중화학공업과 과학기술을 육성했고, 안보 위기를 극복했으며, 5·16군사정변과 유신독재는 경제 발전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서술 방식이 유지됐다. 다만 칭찬 일색이던 새마을운동에 대해선 “관 주도의 의식 개혁운동”이란 문장을 추가했다.
일본군 위안부 서술은 일부 강화됐다. 중학교 역사②에서 “수요 시위 1000회를 기념해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며 현장검토본에서 뺐던 소녀상 내용을 추가했다. 사진은 여전히 넣지 않았다.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위안부’를 집단 살해했다는 부분 등도 추가했다.
국정 교과서 논란의 핵심이었던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도 유지됐다. 다만 검정 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도 기술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줬다. 검정 교과서 가이드라인인 집필기준의 ‘유의점’에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3월부터 국정 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 지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31일 현재 대구 울산 전북 충북 대전 경북 전남 제주 등 8곳만 연구학교를 신청하라는 공문을 학교들에 발송했다. 나머지는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고 있다.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국정화를 추진해놓고 검정 교과서와 혼용하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부가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듯하다”며 “연구학교 지정을 두고도 학교 현장에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므로 더 늦기 전에 국정화를 멈추고 역사학계·교육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오주환 기자 yido@kmib.co.kr
박정희 기술 내용·분량 국정교과서에 그대로
입력 2017-01-31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