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레이스를 목전에 두고 정치권에 각종 ‘텐트론’이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다. 제3지대를 선점한 국민의당은 물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텐트론’을 외치는 중이다.
‘텐트론’의 핵심은 야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주도권 쟁탈전이다. 반문 세력들은 민주당의 대선 경선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이달 말쯤 반문 세력 규합을 위한 텐트론 교통정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처음 ‘빅텐트론’을 촉발한 곳은 국민의당이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내세워 야권 내 반문 또는 비주류 인사들을 규합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물론 김종인 전 대표 등 민주당 비주류와도 접촉면을 늘려왔다. 안 전 대표는 설 직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회동을 제안하며 영토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한때 ‘뉴DJP 연합’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 연대의 불씨가 잦아들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31일 “안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은 출발도 다르고 텐트의 종류도 다르다”며 “(두 사람의 연대는)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의 보수 행보가 자신들의 정체성과는 다르다고 본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야권 지지층의 거부감을 우려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대선 전 개헌을 내세우며 제3지대 개편안을 제안했다. ‘개헌 연대’는 그동안 문 전 대표를 상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로 여겨져 왔다. 민주당 주류 진영에서도 개헌 필요성엔 동감하는 사람이 많다. 다만 개헌 시기가 쟁점이었다. 반 전 총장은 원내외 개헌 세력을 규합하면 ‘대선 전 개헌’ 고지를 넘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치권 내 패권주의,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주장하며 문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보수 제1주자인 반 전 총장이 ‘개헌 텐트’를 주창하면서 김종인 전 대표의 합류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다만 문 밖에 서 있을 뿐 어느 세력의 문을 두드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권 주자들과 연쇄 회동하며 대선 전 개헌을 강력 주장한 김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화학적 결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김 전 대표는 “탈당할 계획 같은 건 없다. 개헌 협의체보다는 국회 개헌특위 활동을 먼저 지켜봐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제3지대 세력들은 민주당의 대선 경선 선거인단 1차 모집이 끝나는 이달 말이 정계개편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문 전 대표의 영향력이 확인되면 반문 세력의 결집도 본격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금 세력구도는 큰 의미가 없다. 각 진영이 정비를 끝내고 나면 구체적인 ‘텐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준구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우후죽순 ‘텐트論’… 이달 말 윤곽 드러난다
입력 2017-02-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