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아이러니하게도 극작가로서 좋은 희곡을 좀 더 많이 써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52) 서울예대 교수가 올해 연출 데뷔 20주년을 맞아 연극·뮤지컬 동료들과 함께 ‘조광화展’(제작 프로스랩)을 개최한다.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극장 TOM 1관에서 20주년 기념 콘서트 ‘리플라이(REPLY)’를 시작으로 16일 연극 ‘남자충동’, 4월 ‘미친키스’, 5월 신작 낭독회가 잇따라 펼쳐진다.
1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원래 ‘남자충동’ 20주년 기념공연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연극과 뮤지컬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나서면서 판이 커졌다. 감사하면서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중앙대 연극반 출신인 그는 1992년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장마’가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이듬해 극단 작은신화에서 최용훈씨 연출로 무대에 오른 ‘황구도’가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종로 고양이’ ‘오필리어’ 등을 잇따라 쏟아내며 차세대 극작가로 각광받던 그는 97년 ‘남자충동’을 통해 연출가로도 재능을 뽐냈다. 그는 “극작가는 혼자서 쓰는 작업이라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작품을 만드는 내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연출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관객은 나를 연출가로 먼저 기억하는데 비해 평단이나 공연 관계자들은 극작가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표작이 된 ‘남자충동’은 삼류 폭력조직을 이끄는 가부장적인 남자 장정의 이야기다.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 콤플렉스(강한 남성이 되어야 한다는 남성의 집착과 열등의식)를 가진 그는 결국 주변과 갈등을 일으킨 끝에 파멸하고 만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이후 2004년 재연 뒤에는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98년 초연된 ‘미친키스’는 사랑에 대한 집착으로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는 남자 장정의 이야기다. 두 작품의 주인공이 모두 장정인 것은 덩치만 컸지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장정은 그가 좋아했던 시인 장정일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에 장정 시리즈를 다시 준비하면서 한국사회가 사람들을 진정한 어른으로 키우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장정처럼 몸만 커졌을 뿐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한 건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가부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 김지훈 기자
[인터뷰] 조광화 “‘장정’은 한국사회 가부장주의가 낳은 산물”
입력 2017-02-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