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최종본 공개] 교육부 ‘박정희 미화’ 수정 거부… 논란 가열될 듯

입력 2017-01-31 18:34 수정 2017-01-31 21:19
중·고등학교 국정 교과서 최종본이 31일 공개됐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한 관계자가 언론에 배포될 국정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31일 ‘박정희 미화’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호의적인 서술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정 역사 교과서의 앞날은 더욱 험난해졌다. 역사학자와 교사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효도 교과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수정이 이뤄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제주 4·3사건 등의 기술도 여전히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엽만 손댄 박정희 시대

고교생용 국정 교과서는 새마을운동을 270쪽 절반을 할애해 다뤘다. 현장검토본에선 “유신 체제 유지에 이용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라는 한 문장 빼고 “농민들 자발적 참여” “농촌 환경 개선” 등 모두 긍정 서술이었다. 최종본에는 “이 운동은 농촌 개발 사업으로 출발하였지만 관 주도의 의식 개혁 운동으로 나아가면서 유신 체제에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보강했다.

동백림 사건에 대해서도 “중앙정보부가 수사 과정에서 많은 고문과 인권 탄압을 자행하였고 (중략)”란 문장을 추가했다. 동백림 사건이 다뤄진 위치도 현장검토본은 ‘계속되는 안보위기’ 단락이었지만 ‘박정희정부의 출범과 냉전 시기 국제 관계’ 단락으로 옮겼다. 북한의 대남 도발과 당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설명하는 한복판에 동백림 사건을 배치해 대남 도발과 그 대응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5·16군사정변 주도 세력이 내세운 ‘혁명 공약’은 원 사료를 그대로 넣었다. 또한 이들의 ‘혁명 공약’을 따옴표 없이 사용해 혁명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읽히도록 썼다는 지적을 수용해 따옴표를 추가했다.

하지만 ‘공산주의 위협과 안보 엄중→군사정변·독재→경제·과학기술 고속 성장→고속 성장과 부작용’의 서술 및 편집 흐름은 유지했다. 점령군 같은 부정적 이미지인 ‘군사 정변의 주역들’이란 사진은 빼고 포항제철 용광로에 불을 붙이는 사진을 썼다.

“민감한 사안은 시늉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는 “수요 집회 1000회를 기념해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는 점이 추가된 게 특징이다. 하지만 평화의 소녀상 사진은 중·고교 교과서 모두에서 누락됐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한·일 위안부 합의 때문에 눈치를 본 결과라고 비판한다.

또한 “1993년 일본의 고노 요헤이 관방 장관은 (중략)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고 (중략) 관헌이 직접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썼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를 다 뒤집어 버렸는데 고노 담화만 가르치는 건 정상적인 교육이 아니다”며 “교과서 내용만 보면 일본도 노력하는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우리가 이상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제주 4·3사건에 대해서도 “공산주의자로 몰린 무고한 희생자들은 물론 그 유가족까지 많은 피해를 당했다”고 추가했지만 학살 책임자가 누군지 명시하지 않아 ‘시늉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관련해 거북선을 활용해 조선소 투자자를 설득했다는 내용이 재벌 미화 논란을 빚자 “한국이 자동차 생산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했다”로 수정됐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국정 교과서 근현대사 파트에서 박 전 대통령 비중이 매우 크다. 수능에서 출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정화 주도 세력이) 이 때문에 다른 부분은 전부 양보해도 박 전 대통령 미화만큼은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풀이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