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검정 교과서 가이드라인이 되는 집필기준에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두 가지 표현 모두 허용했다. 유연한 태도로 바뀐 듯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살리기 위한 ‘꼼수’란 지적이 많다.
우선 국정 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을 고수했다. 1919년에서 1948년 8월 15일로 늦추게 되면 친일반민족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항일운동의 의미를 축소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주류 역사학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추대하고 1948년을 건국절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검정 교과서에 정부 수립 표현을 허락해 국정 교과서에 집중된 비난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검정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은 반 토막 난 교과서 제작일정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기존 검정 교과서 집필자들은 “제2 국정 교과서에 이용될 수 없다”며 집필을 거부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 검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선 국정 교과서는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수립으로 써야 수월하게 검정을 통과할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명단이 공개된 편찬심의위원회도 집필진에 이어 ‘우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대다수가 보수성향이고 일부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학자가 포함됐다. 심의위는 최종본을 발행하기 전 교과서가 제대로 쓰였는지 검토하기 위해 꾸린 조직이다.
심의위원에는 전문가 6명(위원장 1명)과 교원 4명, 학부모 2명 등 모두 12명이 참여했다. 위원장은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이 맡았다.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허동현 경희대 교수, 강규형 명지대 교수도 전문가 집단에 포함됐다. 이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 발족한 보수성향 단체 ‘교과서포럼’ 창립기념식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와 강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학자다. 이들은 교과서포럼·한국현대사학회 등 보수성향 단체에서 활동하며 유신 체제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심의위 위원들이 우편향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필진부터 편찬심의위원까지 모두 편향성이 심각하다”며 “이택휘 허동현 강규형 위원은 모두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로 평가받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으로 모두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인물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국정 교과서 최종본 공개] ‘대한민국 수립’·‘정부 수립’ 허용 꼼수 지적
입력 2017-01-31 19:08 수정 2017-01-31 21:15